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일본 현지인의 숨겨진 여행지 7편> 나고야 외곽의 숨겨진 도시, 이나야마 성 주변 절경을 따라서!
    일본 현지인 여행지 2025. 7. 1. 18:53

    나고야 외곽의 숨겨진 도시, 이나야마 성 주변 절경을 따라서!

    오늘은 일본 현지인의 숨겨진 여행진 7편으로 나고야로 가볼까 합니다. 나고야에서도 외곽에 숨겨진 소도시가 있다는데요. 이나야마라는 성의 주변에 있는 숨겨진 소도시의 절경을 찾아서 오늘도 부지런히 갑니다!

    일본 현지인의 숨겨진 여행지 나고야 외곽에 있는 이나야마 성 주변 소도시

    여행객이 지나치기 쉬운 옛 동네로의 여행

    나고야를 여행한 적이 있는가. 있다면 대부분 나고야 성이나 오스 거리, 사카에 쇼핑몰 같은 유명지를 중심으로 일정을 짠다. 필자 역시 첫 번째 여행에서는 그들과 다를바가 없었다. 하지만 두 번째 여행을 하게 되었을 때에는 유명한 곳이 아니라 쉼을 위해 내가 머물고 싶은 곳을 찾고 싶어졌다.
    그렇게 지도 속을 헤매이던 손가락이 멈춘 곳이 바로 이나야마(犬山)라는 작은 소도시였다. 왠지 모르게 친근한 이름에 이나야마는 나고야역에서 메이테츠 전철로 25분 정도 거리에 있는 꽤 가까운 곳임에도 불구하고 정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아니 없다고 하는게 맞을 것 같다. 
    성 하나에 딸려 있는 마을 정도로만 알려져 있었지만 실제로는 일본 중북부 지역의 전통, 자연과 더불어 현지인의 생활이 오롯이 보존되어 있는 곳이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이나야마 성 자체보다 성 주변을 따라 흐르는 하천과 골목길 그리고 고즈넉한 상점들과 그곳을 지키는 사람들이었다.
    더이상 여행객의 카메라 속에 머무는게 아니라 현지인의 걸음 속으로 뛰어드는 여행을 하고 싶다면 바로 이곳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나야마는 더없이 이상적인 곳이다.

     

    이나야마 성, 그 위에 올라서다

    이나야마에 도착해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당연히 이나야마 성(犬山城)이었다. 16세기 중반에 세워진 이나야마 성은 일본에서 현존하는 12개의 목조 천수각 중 하나로 아직도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국보급 성이다.
    원형 보존을 위해 관리되고 있어 입장권을 끊고 천천히 성 안으로 들어가면 좁고 가파른 나무 계단이 이어진다. 계단을 손으로 만지자 나무의 감촉이 느껴졌다. 마치 수백 년의 세월을 품고 있는 듯 지난 세월에 대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최상층 꼭대기에 있는 전망대에 오르면 왼쪽으로는 기후현, 오른쪽으로는 나고야까지 사방이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강 건너로 기소가와(木曽川)가 흐르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그리고 그 아래 필자의 눈에 오래도록 남을 작은 마을의 풍경이 있었다. 성에서 내려다본 그 마을은 전통과 현대가 뒤섞인 작은 동네 같았고 지붕의 색깔과 건물 높이가 키맞추기 하듯 조화롭게 흘러 자연스럽고 따뜻했다.

    이나야마 성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세월을 지나 화려함은 빛을 바랬지만 지나온 세월을 조용히 지켜봐온 고요함이 뿜어져 나왔다. 성 바깥으로 나와 벤치에 앉으니 살랑 바람이 불어왔다. 아주 오래된 건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내가 딛고 있는 이곳을 살아냈던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싶어지는, 마치 시간을 거슬러가는 여행을 온 것 같은 감정에 사로잡힌다.

     

    성하 마을 골목길 ,고양이 거리에서 발견한 전통 과자의 맛

    이나야마 성을 내려와서 성하 마을(城下町) 골목길로로 들어서면 그 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펼쳐진다. 이 거리는 일명 '고양이 거리’로 불리는데 이름답게 고양이 조형물이 곳곳에 있고 손그림 간판과 작은 전통 카페가 줄지어 있다.
    인적이 드문 이나야마에도 이곳만큼은 주말에 인파가 조금 있지만 평일 오후엔 그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마을 주민들이 더 많다.

    필자는 이 거리에서 수제 일본 과자점인 하라쇼도(原商堂)로 발길을 옮겼다. 딱봐도 장인의 품새를 갖춘 가게 주인은 70대 중반의 할아버지로 전통 방식을 그대로 물려받아 팥소와 쌀가루로 만든 지역의 전통과자 ‘사사다이라(笹平)’를 만들고 있었다. 
    그는 “옛부터 마을 아이들이 이 과자를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만드는 곳이 거의 없어요”라고 말하며 과자를 건넸다. 그의 말 속에서 이 동네를 묵묵히 지켜온 시간과 잊혀져가는 맛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 있었다. 과자를 한입 먹었을땐 분명 달지 않았는데 어디선가 새어나오는 깊은 단맛이 혀를 감쌌다. 마치 이 마을처럼 입속에서 조용히 오래도록 머무는 맛이었다.

    하라쇼도를 나오자 바로 옆 골목에 조그마한 고양이 찻집이 있었다. 차를 주문하고 앉아 있으면 가게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슬그머니 다가와 낯선 여행자의 다리 옆에 누운다. 우연히 마주치는 이런 순간이 이 동네에 스며들었구나라는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

     

    기소가와 강변 산책로를 걸으며 진짜 절경을 만나다

    이나야마 성과 성하마을 골목길을 통해 여행을 다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나야마의 백미는 성이나 골목보다 기소가와 강변이최고다.
    이나야마 성 뒤편으로 내려오면 곧바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있는데 여기서부터 강변을 따라 걸을수 있는 산책로가 있다. 이곳은 사계절을 모두 겪어봐야 그 진국을 느낄수 있다. 봄에는 벚꽃, 여름에는 물안개, 가을에는 단풍 그리고 겨울에는 설경과 함께 걷다보면 그 풍경이 사람을 조용히 감싸 안으며 자연과 하나가 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산책로는 잘 정비되어 있어 걷기에 매우 좋고 곳곳에 나무벤치가 배치되어 있어 잠시 쉬어 가기에도 안성맞춤이다. 필자는 강변을 따라 약 1시간 가량 걷고 중간에 벤치에 앉아 편의점 도시락을 꺼내 먹었다.
    그저 편의점 도시락이지만 풍경을 바라보며 먹는 조촐한 음식이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바람이 부는 소리에 새가 지저귀는 소리, 강물이 흐르는 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마치 이곳은 도시의 시간과 분리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현지인들은 이 길을 '생각을 걷는 길’이라 부른다고 한다. 이유를 물어보니 이곳을 걷다 보면 마음이 조금씩 정리되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도 정말 그랬다. 아무 말 없이, 아무 계획도 없이 그저 걷는 시간 동안 마음이 조금씩 정리되며 한결 가벼워졌다.

     

    이나야마에서 배우는 조용한 여행

     

    이나야마는 말했다시피 규모가 작은 곳이라 반나절이면 마을 대부분을 돌아볼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 안에 놀라울 만큼 깊은 위로와 다정함이 담겨 있다.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수많은 여행 중에서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는 순간이 몇번이나 있었을까. 기억에 오래 남는 순간이 많아질수록 진짜 여행이 된다.
    이나야마에서의 하루는 화려하지 않았지만 고요했고 가벼웠고 다정했다. 성에서 내려다 본 마을의 풍경, 전통 과자의 깊은 맛, 고양이 찻집에서의 조용히 멈춘 듯한 시간, 기소가와 강변을 따라 걸으며 느낀 감정들까지 모든 요소가 하나로 합쳐져 ‘다시 일본을 여행하러 온다면 꼭 다시 찾고 싶은 동네’로 자리잡았다.

    다음에는 봄에, 여름에, 가을에 계절을 달리해 오고 싶다. 같은 길이라도 계절이 달라지면 풍경도, 사람도, 감정과 기억도 다르게 다가올 테니까.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