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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현지인의 숨겨진 여행지 9편> 오키나와 현지인이 추천하는 조용한 남부 해변 BEST 3
    일본 현지인 여행지 2025. 7. 2. 20:02

    오키나와 현지인이 추천하는 조용한 남부 해변 BEST 3

     

    일본 현지인의 숨겨진 여행지 9편은 오키나와 현지인이 강력 추천한 해변입니다. 혼잡하지 않아 조용히 즐길 수 있는 남부 해변 BEST 3를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일본 현지인의 숨겨진 여행지 오키나와 남부 해변 베스트 3

     

    유명세를 벗어나야 진짜 오키나와가 보인다

     

    오키나와는 그야말로 일본의 대표 휴양지이다. 일본을 가보지 않은 사람들조차도 그 이름은 한번 쯤 들어봤을 만하고 국내 여행객들에게도 두말할 것 없이 너무 익숙한 곳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행객은 나하 공항 주변이나 북부의 유명 해변들만 가보았을뿐 현지인만 아는 진짜 오키나와에는 관심이 없다. 오키나와에는 인적이 드문 진짜 여행지가 없는 걸까.
    필자도 처음엔 남들 다 간다는 아메리칸 빌리지, 츄라우미 수족관, 에메랄드 빛 바다를 보며 여행을 즐기려 했지만 이상하게 아쉬움이 남았다. 이렇게 보기 좋은 휴양지말고 진짜 쉼이 있는 오키나와를 볼 순 없을까?

    그런 아쉬움에 대해 답이 되었던 건 현지에서 우연히 만난 한 택시 기사님의 말이었다. 택시를 타고 이동하며 기사님과 이런 저런 대화를 하던 중 진짜 바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당신이 찾는 진짜 바다는 남부에 있어요. 사람은 없고 바람만 있는 해변이요.”

    그 말을 듣자마자 필자는 오키나와 남부로의 여행을 결심했고 다음 날부터 남부 해변으로 떠날 준비를 했다. 그리하여 여행지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조용한 해변 세 곳을 만날 수 있었다. 오늘은 그곳들을 중심으로 사람은 없지만 추억은 가득한 진짜 바다를 소개해보려 한다.

     

    조용한 바다의 시작점 오자토 해변(大里海岸)

    첫 번째로 소개할 오키나와의 남부 해변은 오자토 해변(오자토 카이간)이다. 나하 시내에서 남쪽으로 차를 타고 약 40분 정도 내려가면 다다를 수 있다. 해변 입구까지 별다른 안내 표지판이 없고 마을의 좁은 골목을 지나야 해변까지 이르게 된다.
    하지만 그 좁은 골목 끝에서 마주하게 되는 풍경은 상상 이상으로 훨씬 고요한 순수함의 결정체였다.  드넓은 모래사장에 있는 사람이라고는 단 세 명뿐. 한 명은 바다를 향해 앉아 요가를 하고 있는 여성이었고 다른 두 명은 아버지와 아이였다.
    파도는 잔잔하게 흐르고 물빛은 투명하기 그지없었다. 바람이 해변을 따라 일정한 방향으로 불어 마치 휘파람 소리를 내는 듯 했고고 그 바람을 타고 작은 조개껍데기와 해조류가 흔들리며 떠내려오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필자는 가방에서 돗자리를 꺼내 깔고 앉아 그 바다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렇게 얼마가 흘렀을까. 몇 시인지도 몰랐고 몇 시인지 알고 싶지도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누구와의 대화도 할 수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시간이 가장 충만하게 느껴졌다.

    이곳은 여행객을 위한 편의시설이 단 하나도 없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 불편함조차 이 바다의 매력이라 생각될 정도였다.
    고요한 풍경 안에서 자기 자신을 마주하고 싶은 사람에게 오자토 해변은 최적의 장소가 될 것이다.

     

    자전거 타고 도착한 타마구스쿠 해변(玉城海岸)

    두 번째로 소개할 오키나와 남부 해변은 타마구스쿠 해변(타마구스쿠 카이간)이다. 이곳은 자동차보다 자전거를 타고 가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필자는 시라사키 전망대에서 자전거를 대여해 해안가를 약 25분 정도를 달려 이곳에 도착했다. 타마구스쿠 해변은 마치 오래된 어촌 마을처럼 느껴지는 해변이었다. 마을에는 민가가 몇 채만 있을 뿐이었고 작은 가정식 식당 하나와 바닷가로 이어지는 좁은 골목이 있었다.
    타마구스쿠 해변의 모래는 굵고 파도는 잔잔한 리듬을 가지고 흘렀다. 이 바다에서 유달리 기억에 남는 순간은 해변에서 마주친 어르신과 나눈 대화였다. 그는 매일 아침 이곳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차를 마신다고 했다. 그런 예식같은 시간을 
    “이 바다에 시간은 없어요. 그냥 여긴 늘 그대로에요.” 그의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 그리고 정말 해가 지면서 노을을 보기 전까지 필자는 시계를 한 번도 보지 않았다.

    여행지에서의 바다는 타임 라인을 따라 움직이지만 타마구스쿠의 바다는 감정에 따라 흐른다. 시간의 여백과 풍경이 타마구스쿠 해변을 더욱 특별한 곳으로 만든다.

     

    섬 속의 섬 구도 해변(久高島の海岸)

    세 번째로 방문한 해변은 오키나와 본섬을 벗어난 섬 속의 섬 구도 해변이다. 구다카섬(久高島)은 오키나와 남부의 아자마 항구에서 페리를 타고 약 15분을 가야 도착하는 작은 섬이다. 이곳 사람들은 섬 전체를 신성한 장소로 여기는데 일본의 신토 전통과 깊은 연관이 있다. 즉 이곳의 해변은 여행지가 아닌 기도와 침묵의 공간이다.

    필자는 오전에 페리를 타고 구다카섬에 도착해 섬의 북쪽 해변까지 약 40분 가량을 걷고 걸었다. 길을 걷는 도중에 마주치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숲과 들판을 지나서야 바닷가에 다다랐다. 그곳은 설명할 수 없는 기운과 정적만이 흐르고 있었다.
    바다는 어찌나 맑은지 바닥까지 보일 정도였고 해변에는 쓰레기 하나 없이 오직 자연 그대로의 형태만이 남아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인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나는 말없이 해변에 한참을 서 있었다.
    구다카섬 해변은 사람이 무엇을 하기 위해 오는 곳이 아니라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기 위한 장소 같았다.

    이곳은 오키나와 해변과 같은 해수욕도 서핑도 소음도 아무것도 없다. 대신 침묵 속에서 자기 자신과 자연이 연결되어 하나가 되는 경험을 선사한다. 오키나와에서 단 하나의 장소만 추천하라고 한다면 필자는 주저없이 마지막 해변 구다카섬을 선택할 것이다.

     

    마음을 어루만지기 위해 존재하는 바다

     

    오키나와에 바다는 많다. 하지만 진짜 바다는 사람들이 찾이 않는 곳에 있다. 찾기 어렵고 시설이 부족해 불편하지만 그럼에도 잊혀지지 않는 장소들. 오자토와 타마구스쿠와 구다카섬까지. 이 세 곳의 바다는 관광으로서가 아니라 마음을 어루만지기 위해 존재하는 장소였다.

    단지 편안하기만 한 여행이 아닌 심도 깊은 여행을 하고 싶은 이에게 필자는 오키나와 남부 해변들을 소개할 것이다. 그리고 그 바다는 인생에 대해 가장 솔직하고 풍요로운 해답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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