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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현지인의 숨겨진 여행지 6편> 삿포로 여행객은 모르는 미카사 시의 겨울 온천과 설경 속 하이킹
    일본 현지인 여행지 2025. 6. 30. 20:29

    삿포로 여행객은 모르는 미카사 시의 겨울 온천과 설경 속 하이킹

    오늘은 일본 현지인의 숨겨진 여행지 6편으로 삿포로에 갑니다. 여행객은 모르고 현지인만 안다는 미카사 시의 겨울 온천과 설경 속에서 즐기는 하이킹 루트까지 제대로 된 겨울 여행을 떠나보렵니다.

    일본 현지인 여행지 미카사 시의 겨울 온천과 하이킹 루트

    삿포로 밖으로 나가는 숨겨진 겨울 여행 

    홋카이도의 대표 도시 삿포로는 매년 수없이 많은 여행객이 찾아오는 곳이다. 그 유명한 영화 '러브레터'의 배경이기도 했던 삿포로 아니던가. 겨울이면 눈축제가 열리고 오도리 공원과 스스키노 거리에는 사람들이 몰린다. 하지만 숨겨진 홋카이도 겨울의 진풍경은 그런 중심지에서 벗어나야만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
    필자는 늘 그렇듯이 일본의 숨겨진 현지인 여행지를 찾아 삿포로에서 동쪽으로 약 1시간 반 거리의 미카사 시(三笠市)로 떠났다. 대부분의 외국 관광객은 이름조차 낯선 이 도시가 실제로는 홋카이도 현지인들이 찾는 조용하고 비밀스러운 장소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미카사 시는 원래 석탄 산업으로 크게 발전했다가 지금은 규모가 축소되어 조용한 지방 도시가 된 곳이다. 이곳을 관광지라고 부르기에는 멋쩍지만 그 속에 숨겨진 지역 온천과 설경 속 하이킹 루트는 호젓한 자연의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이렇듯 자연이 주는 선물을 기대하며 다시 마음이 설렌다.

     

    이와미자와 호수 산책로의 고요함과 설경 속에서 걷는 하이킹의 묘미

    이와미자와 호수(岩見沢湖)는 미카사 시의 외곽에 위치한 조용한 호수이다. 겨울철이면 호수의 윗부분이 눈으로 덮여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 호수 주변으로 약 5km 정도의 산책로겸 하이킹 루트가 단정하게 조성되어 있어서 초보자도 안전하게 호수를 바라보며 눈길을 걸을 수 있다.
    필자는 오전시각 현지 버스를 타고 이와미자와 호수 인근에 도착했다. 호숫가에 도착하자 완전히 달라진 공기를 느낄수 있었다. 한겨울의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부드럽고 고요한 눈의 풍경은 압도적이었다. 누군가가 먼저 밟고 지나간 눈길을 따라 걸으니 뽀드득 뽀드득 눈 소리가 들리고 고요한 숲 속에서 눈덩이가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는 소리만 간간이 울려 퍼졌다.

    하이킹 루트는 산책 코스라 해도 될만큼 경사가 거의 없고 길도 넓직했다. 곳곳에 노약자를 배려한 작은 벤치와 안내 표지판이 있고 산책로 중간에는 정자도 있어서 잠시 쉬어가도 좋을것 같았다. 여기저기 눈발이 흩날리는 풍경을 보며 정자에 앉아 핫팩을 꺼내 쥐고 있으니 시간은 정지된 듯 했고 마음에 따뜻함이 스며들었다.

    무엇보다 놀랍고 좋았던 점은 그렇게 1시간 반쯤 천천히 하이킹을 하면서 내내 단 한 사람도 마주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겨울의  숲과 호수 전체가 오롯이 나만의 정원, 나만의 풍경이 되어주었다는 뜻이다. 풍경을 사진에 담아 SNS에 공유하기보다 그냥 걷는 그 자체를 위한 길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필자는 왠지모를 위로를 받았다.

     

    미카사 유노모리 온천에서의 따뜻한 회복

     

    눈길을 따라 걷는 하이킹을 끝낸 뒤 미카사 시내로 돌아와 간 곳은 바로 미카사 유노모리(三笠 湯の森) 온천이다. 이곳은 지역 온천 시설로 대형 리조트나 료칸과는 다른 지역 주민을 위한 공중 온천에 가까웠다.
    온천 입구에 들어서자 로비에 온천수의 성분과 그 효과를 손으로 적어놓은 안내판이 있었고 벽면에 지역 축제 사진과 축제에서 선발한 어린아이들의 그림이 붙어 있었다. 이것만 봐도 이곳은 여행객을 위한 장소가 아니라 지역 사람들의 삶과 함께 오래도록 이어져 온 온천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온천의 내부는 여느 온천처럼 실내탕과 노천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실내탕은 넓고 적당한 수온에 미네랄 함유량이 높아 피부에 닿는 느낌이 매우 부드러웠다. 그런데 진짜 감동은 노천탕을 가며 시작되었다.
    눈이 소복소복 내리는 가운데 온천수에 몸을 담근채 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경험은 그 어떤 고급 료칸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깊은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 주었다. 물 밖의 차가운 공기와 물 속의 따뜻함이 번갈아 오가며 온몸의 긴장은 사르르 풀렸다. 온천탕 주변의 드문드문 서 있는 나무의 앙상한 가지 위로 눈송이가 천천히 내려앉았다.

    온천에 있던 사람들은 나를 포함해 세 명뿐이었다. 조용히 한 공간에서 각자 말없이 풍경을 바라보며 탕속의 따뜻함을 공유하는 그 순간이 생각보다 낯설지 않고 친근했다. 필자처럼 지친 도시 사람에게 꼭 필요한 휴식처의 알맞은 온도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겨울 온천 후 마무리는 미카사 소바

    온천욕을 마치고 유노모리 근처에 위치한 야마노사토(山の里)에 들렀다. 이곳은 홋카이도산 메밀을 직접 갈아 사용하는 메밀소바 집으로 현지인의 숨은 맛집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필자가 주문한 메뉴는 따뜻한 유즈 소바(ゆずそば)인데 깊고 맑은 간장 베이스의 국물에 메밀면 위로 얇게 썬 유자껍질과 파를 올려완성하였다. 메밀소바 국물을 먹는 순간 마치 온천 속에 몸을 담갔을 때처럼 몸속 깊이 따뜻함이 퍼졌다. 하이킹과 온천으로 개운해진 몸에 따뜻한 메밀소바의 국물과 향긋한 유자의 향이 어우러진 면이 들어가면서 오늘 하루가 완성되는 느낌이었다.

    가게의 내부는 나무 벽과 전통 조명으로 꾸며져 있었고 한쪽 벽면에는 계절 사진과 더불어 겨울철 한정 메뉴가  붙어 있었다.
    단골로 보이는 할아버지가 주인과 인사를 나누며 평온한 말투로 하루 인사를 건넸다. 그 순간 이 여행과 음식이 단순한 일회성 방문이 아니라 누군가의 일상 속에 조용히 스며드는 듯한 경험이라는 걸 체감했다.

     

    감정의 순환을 위한 휴식처 미카사

     

    미카사 시는 삿포로처럼 유명하거나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바로 그점이 이 도시를 일본 현지인의 숨겨진 휴식처로 기능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낯선 여행객조차 그곳의 삶에 스며드는 여행을 가능하게 해준다.
    눈길을 걷고 따뜻한 온천에 몸을 담그고 소박한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 우리가 일상에서 놓치고 있는 감정의 순환을 회복시켜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사람들은 늘 새로운 자극을 원하지만 자극은 피로를 양산하고 결국 그 피로는 정적인 공간에서 풀린다. 미카사 시는 소란스러움 대신 그런 정적을 품고 있는 도시였다.
    여행에서 얼마나 많은 것 보고 듣고 기록으로 남겼는가 보다 어떤 감정을 느끼고 돌아왔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이곳은 분명 기억에 남는 장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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