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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현지인의 숨겨진 여행지 20편> 가고시마 현지인이 알려준 화산섬 사쿠라지마의 비밀
    일본 현지인 여행지 2025. 7. 9. 10:38

    가고시마 현지인이 알려준 화산섬 사쿠라지마의 비밀

    일본 현지인의 숨겨진 여행지 20편은 조용한 풍경과 사람 사는 냄새가 남아 있는 화산섬 사쿠라지마의 진짜 모습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일본 현지인의 숨겨진 여행지 가고시마의 화산섬 사쿠라지마에 대한 이야기

     

    누구나 아는 그 섬에서 아무도 모르는 곳을 찾아나서다

     

    일본을 조금이라도 여행해 본 사람이라면 사쿠라지마(桜島)라는 이름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가고시마 앞바다에 떠 있는 활화산 섬인 사쿠라지마는 지금도 연기를 뿜어내고 있는 생생한 자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웅장한 모습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배를 타고 찾아간다.

    그렇지만 필자가 바라는 여행지는 수많은 관광객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전망대도 관광버스 시간에 맞춰 정신없이 지나가는 코스형 일정도 아니었다. 필자는 사쿠라지마 섬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사실과 그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정말 궁금했다.

    가고시마 시내의 어느 찻집에서 만난의 현지인 남성이 이런 생각을 가진 필자를 알아보고 귀뜸해주었다.

    “유명한 곳만 보지 마요. 사쿠라지마에서 진짜 좋은 덴 지도에 안 나와 있어요. 내가 그려줄게요.”

    그는 필자가 건넨 작은 종이 위에 엉성하지만 간략한 지도를 그려주었다. 그 종이를 들고 필자는 사쿠라지마행 배에 몸을 실었다.

     

    여전히 연기가 나는 섬의 존재감

    가고시마항에서 사쿠라지마로 가는 배는 약 1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짧고도 강렬한 시간이었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사쿠라지마 섬 위로 연기를 내뿜고 있는 활화산을 바라보는 경험은 눈으로 보고있지만 믿을수 없을 정도로 신비롭기 그지없었다.

    필자가 배를 탄 시간은 아침 9시 20분경으로 관광객이 그리 많지 않았고 대부분이 가벼운 옷차림의 현지인들이었다. 필자는 배 선상의 데크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묵묵히 그러나 성큼성큼 다가오는 사쿠라지마의 존재감을 마주했다.

    배가 도착했다는 안내방송이 울리자 사람들이 하나둘씩 뭍으로 내렸고 필자는 현지인이 그려준 작은 손그림 지도를 펴들었다. 목적지는 그 어떤 안내 책자엔 나오지 않는 섬의 남쪽 끝자락 ‘카메우라 해안길’과 고요한 언덕 ‘아카미조 산책길’이었다.

     

    화산재로 만들어진 카메우라 해안길

    섬에는 버스도 택시도 없는 탓에 걸을 수밖에 없었다. 구글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곳을 찾고 있었기에 현지인이 알려준 좌표와 현지 표지판 몇 개를 힌트로 삼아 길을 잡았다. 그렇게 30분쯤 걸어 작은 농가를 지나 숲길을 돌자 불연듯 검은색 화산암으로 이루어진 해변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곳이 바로 말로만 들었던 카메우라(亀浦) 해안길이었다.
    사람이 단 한 명 없고 그 어떤 소리도 없이 펼쳐진 길에 화산재가 굳어져 생긴 형태의 바위뿐이었고 회색빛이 도는 모래자갈이 깔려있었다. 그 위로 맑고 투명하기 그지없는 바다가 부드럽게 출렁이고 있었고 멀리서 배 한 척이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 그 풍경 속에서 필자는 한참을 말없이 서 있었다. 그동안 다녔던 유명 여행지가 주는 감동과는 완전히 다른 조용함과 고립감 그리고 묘한 평온함이 밀려왔다. 바로 이것이 필자가 원했던 여행이었다.

     

    사쿠라지마에 살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

    해변이 주는 감동에서 벗어나 언덕을 오르며 보니 마을 주민이 텃밭에서 고구마를 캐고 있었다. 처음 보는 인기척에 반가워 인사를 건네자 그분은 놀랍다는 표정으로 필자를 바라보았다. 

    “여기를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여기까지 온 사람은 거의 없는데?”
    필자는 웃으며 답했다. 
    “누군가가 알려줬어요. 지도를 그려주면서 가보라고 했죠.”

    그는 필자게 물을 건네주며 잠시 근처 평상에 앉아 쉬다 가라고 권했다. 이어진 대화는 짧았지만 현지인의 생활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우리 동네는 버스가 안 와요. 그러니까 옛모습 그대로 사는 거예요. 화산이 있어서 무섭거나 불편할 때도 있지만 평생 살아온 터전인걸요.”

    이 섬이 누군가에겐 그저 볼거리일수도 있지만 현지인들에겐 살아내야하는 생생한 삶의 터전이라는 걸 그의 말을 통해 알수 있었다.

    필자는 그 말이 너무나도 와 닿았다. 사쿠라지마에서의 삶은 그저 풍경이 아니었다. 

     

    아카미조 산책길에서 화산과 바다를 함께 음미하다

    그와의 짧은 대화를 마치고 마을을 벗어나 조금 더 걸어가니 작은 오솔길이 나왔다. 아스팔트가 아닌 흙길이었고 풀숲 사이로 조용한 산책로가 뚫려 있었다.이곳이 바로 현지인들만 아는 숨겨진 전망 포인트 ‘아카미조 산책길(赤溝遊歩道)’이었다.

    약 1.2km 정도의 길이가 짧은 코스로 야트막한 언덕길을 오르다 보면 점점 시야가 넓어지면서 바다와 함께 화산을 동시에 마주할 수 있게 된다. 언덕의 정상에 도착하니 눈앞에 사쿠라지마 화산이 떡하니 버티고 있으면서 구름이 절묘하게 그 위를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가고시마 본토 건물들이 조그맣게 모여있는 모습이 보였다. 앞과 달리 뒤로는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가 유유히 흘러가고 있었다.

    풍경을 다 음미하고 나서 그제서야 필자는 바닥에 앉아 배낭 속에 넣어온 주먹밥과 음료수를 꺼내 조촐한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이게 진짜 여행이지 달리 뭐가 있겠어 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날의 풍경과 고요함은 어떤 유명한 여행지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견줄 수 없는 신비로운 경험이었다.

     

    사람이 살아가는 따뜻한 섬_ 사쿠라지마와 나눈 인사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필자는 다시 해안길을 따라 천천히 부두를 향해 걸어갔다. 이미 해가 기울어질 무렵이라 바다는 노을빛으로 물들었고 섬으로 부는 바람은 더욱 부드러워졌다.

    돌아가는 배 안에서 필자는 한참을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 앉아 있었다. 그저 머릿속으로 사쿠라지마 섬이 주었던 따스한 체온을 가만히 되새김질 할 뿐이었다. 사쿠라지마의 화산은 여전히 연기를 내뿜고 있었고 그 모습은 마치 '오늘도 살아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필자에게 사쿠라지마는 그냥 화산섬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따뜻한 섬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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