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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현지인의 숨겨진 여행지 17편> 나고야 근교의 전통 농촌 '야마다' 라는 이름의 마을 이야기일본 현지인 여행지 2025. 7. 7. 21:02
나고야 근교의 전통 농촌 '야마다' 라는 이름의 마을 이야기
일본 현지인의 숨겨진 여행지 17편은 나고야의 관광지 시라카와고가 아닌 그보다 멀리 떨어진 밖에서 찾은 농촌 마을 '야마다' 입니다. 진짜 시골 마을의 살아 숨 쉬는 현장 속으로 오늘도 힐링하러 갑니다.
시라카와고로 향하던 길에 만난 '야마다'라는 이름
일본의 중부 지방 여행을 계획할 때면 많은 사람들이 시라카와고(白川郷)를 떠올린다. 시라카와고의 합장양식(갓쇼즈쿠리) 지붕과 눈 내린 초가집은 이국적이면서도 아름답다. 하지만 필자는 이미 그곳을 여러 번 가보았고 이제는 진짜 사람이 살아가는 마을이 궁금해졌다. 그러던 차에 나고야에서 버스를 타고 시라카와고로 향하던 차 안에서 만난 한 중년 남성이 필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행객들 잔뜩 있는데 말고 일본의 진짜 농촌을 보고 싶으면 야마다 마을(山田村)로 가봐요. 거기는 옛날 그대로 모습이 살아 있어요.”그 말을 듣고 필자는 시라카와고가 아닌 야마다 마을로 행선지를 바꾸었다. 지도에도 거의 표기되지 않은 작은 마을인 야마다에서의 조용하고 생생한 하루가 그렇게 시작되었다.
야마다 마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행정구역상으로 기후현(岐阜県)에 속하는 야마다 마을은 나고야역에서 JR 다카야마 본선을 타고 1시간 반을 가고 작은 간선 기차를 한 번 갈아탄 후 다시 지역의 마을버스를 이용해야 도착할 수 있었다. 이동이 번거로운 편이었지만 도시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창밖으로 펼쳐지는 산과 논의 풍경은 필자의 마음을 설레이게 만들기 충분했다. 점점 좁아지는 길을 보자 여행의 속도도 자연스럽게 느려지는 것 같았다.
마을 입구에 도착해보니 오래된 간판이 나무 위에 걸려 있었다.
‘山田村 – ようこそ (야마다 마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라는 문구가 마치 필자를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듯했다.
조용히 흐르는 도랑과 소리 없이 돌아가는 풍차, 논과 논 사이로 난 오솔길이 오랜 시간 그대로의 모습을 지켜온 시골의 정겨움을 느끼게 해주었다.
자연의 소리로 가득한 동네
마을로 들어서자마자 느낀 점은 사람의 소리보다 자연의 소리가 먼저 다가온다는 것이었다. 닭이 우는 소리부터 개울물 흐르는 소리, 바람에 빨래가 펄럭이는 소리가 들리고 멀리서 아이들이 뛰놀며 깔깔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작은 마을 야마다는 가옥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중심부와 들판을 따라 펼쳐진 외곽부로 나뉘어 있었다. 어느 가정집 마당에서 어르신이 장작을 패고 있었고 주변 텃밭에서는 한 아주머니가 무를 뽑고 있었다. 전형적인 농촌마을의 풍경이랄까.
필자는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넸고 그들은 낯선 이방인인 필자에게 웃으며 따뜻한 인사를 건네주었다.야마다 마을 회관에서 마신 차 한 잔의 정겨움
마을 중앙에 ‘야마다 마을 회관’이라는 공동체 공간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곳에서 주말이면 주민들이 모두 모여 손수 만든 농산물을 서로 교환하고 여행객이 있으면 따뜻한 차 한 잔을 내어주는 전통이 있다고 했다.
필자도 야마다 마을 회관을 지나가다 쉬었다 가라는 어느 할머니의 손에 이끌려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내부는 나무 바닥으로 이루어졌고 그 위에 앉아 할머니가 직접 우린 녹차와 유자 절임을 대접받았다. 필자는 '감사합니다' 라는 짧은 말 밖에는 할 수 없었지만 할머니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셨다.
그 순간 이 마을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존재감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차를 마시며 창밖 너머로 보이는 들판의 풍경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평범하지만 잊혀지지 않는 야마다 식당에서의 점심
간단히 차를 마시자 배가 고파왔다.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필자는 마을 중심부에서 5분 거리에 있는 가정식 식당인 ‘야마다 식당’으로 향했다. 입구에 손글씨로 우엉 덮밥 정식 800엔 이라고 적힌 메뉴판이 붙어 있었고 안으로 들어서자 내부는 아무런 장식 없이 소박하게 꾸며져 있었다.
필자가 주문한 음식 우엉 덮밥(ごぼう丼)은 간장과 미림으로 졸인 우엉과 당근을 갓 지은 밥 위에 듬뿍 올린 요리였다. 그것과 함께 된장국, 계란말이, 집된장으로 만든 오이절임이 조촐하게 곁들여졌다. 한 입 떠먹는 순간 입 안 가득 퍼지는 진한 우엉의 향과 단맛이 일품이었다. 음식의 정석이 있다면 바로 이 맛일 것이다. 그것은 어떤 고급 일식당에서도 맛보지 못한 정성이 깃든, 밥을 짓는 사람의 마음이 느껴지는 음식이었다.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을 따라 야마다 마을을 걷다
식사를 마치고 마을로 난 길을 따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마을의 음식을 먹었으니 마을의 풍경이 궁금해졌다. 어느 집 고양이가 느릿느릿 마당을 가로지르고 길가의 돌담 위로 아이들의 장화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또 어느 집 담장 너머에는 감나무가 주렁주렁 탐스럽게 열려 있었고 때마침 하늘 위로 새 한 마리가 뱅글뱅글 맴돌고 있었다. 사람들이 많거나 소란스럽지 않고 다만 모든 풍경이 살아 숨쉬는 듯한 모습이었다.
야마다 마을은 여행객을 위한 안내판이나 기념품 가게, 셀카 명소 같은 것은 없었지만 그것 대신 사람들의 하루가 조용히 흐르는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이었다.
따뜻한 마을의 온기와 함께 돌아가다
오후 4시가 되었을 무렵 버스를 타려고 마을 초입으로 되돌아가는 길에 마지막으로 지나치는 민가 앞에서 한 어르신이 필자에게 말을 걸어오셨다.
“다시 올 건가요?”
필자는 웃으며 대답했다.
“네 또 오고 싶어요. 조용한 이곳이 너무 좋네요.”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도시 사람들은 잠깐 조용한 걸 좋아하지만 우리한텐 그게 전부라우. 찾아와줘서 고마워요.”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필자는 어르신의 그 말씀을 곱씹어보며 가방 속에 기념품을 넣는 대신 마음속에서 따뜻한 마을의 온기를 꺼내 머릿속에 새겨넣었다.
혼자 간직하고픈 야마다 마을의 기억
사람들은 왜 여행을 떠나는가. 무엇을 위해 여행을 떠나는가? 문득 생각에 잠겨본다. 전에는 유명하다고 소문이 나면 가보고 싶고, 남들보다 먼저 가봤다고 자랑하고 싶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유명하기는 커녕 오히려 낯선 곳에서 조용히 나를 마주하기 위해 떠나고 싶다. 오늘 야마다 마을은 그런 의미에서 아주 충분히 그 몫을 해주었다. 야마다 마을은 앞으로도 잘 알려지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그게 더 좋다고 생각했다. 야마다는 내 마음 속에 조용히 남아 있는, 나만이 소중히 간직 하고픈 마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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