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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현지인의 숨겨진 여행지 2편> 교토의 뒷골목, 가모 강 북쪽의 노포 카페 탐방기
    일본 현지인 여행지 2025. 6. 28. 22:30

    교토의 뒷골목, 가모 강 북쪽의 노포 카페 탐방기

    일본 현지인의 숨겨진 여행지 2편으로 오늘은 교토의 화려함 뒷편에 숨겨져 있는 교토의 뒷골목, 가모강 북쪽의 노포 카페 탐방기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일본 현지인의 숨겨진 여행지 교토의 뒷골목 노포 카페 탐방

      유명하지 않아서 더 특별한 교토의 골목 여행 시작

    교토에 대해 사람들이 흔하게 떠올리는 이미지는 유명 관광지인 기요미즈데라, 아라시야마, 후시미이나리 신사 같은 곳이다.

    그러나 이렇듯 유명하고 화려한 관광지를 여러 번 방문한 사람일수록 교토의 진짜 매력은 번화한 거리와 관광지 사이 골목에 숨어 있는 조용한 장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필자 역시 몇 번의 교토 방문 끝에 소란스러운 관광지보다는 현지인들이 찾는 조용한 공간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찾아서 발견한 곳이 바로 가모 강 북쪽에 위치한 데마치야나기역 인근 골목길 속 카페들이다.

    이곳은 교토의 현지 학생들과 예술가들이 즐겨 찾는 장소로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주택가처럼 보이지만 오래된 가옥을 개조한 독특한 분위기의 노포 카페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현지인이 찾는 숨겨진 진짜 교토를 경험하고 싶다면 이 조용한 골목을 반드시 걸어봐야 할 것이다.

     

    < 오래된 나무 문 뒤 숨겨진 공간  _  50년의 시간을 간직한 찻집 요시카와 커피점 >

     

    가모 강 다리를 건너 골목으로 접어들면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목조 가옥 하나가 보인다. 간판도 없는 이곳은 교토에서 50년 넘게 운영 중인 요시카와 커피점이다. 겉으로만 보면 자칫 폐가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면 아주 따뜻한 나무 향과 함께 50년 전으로 되돌아간듯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분위기가 펼쳐진다.

    카페 안은 1970년대 인테리어를 그대로 유지한 채였고 천장에는 오래된 전구들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주인은 교토 출신의 장인으로 이미 은퇴하였으며 현재는 부부가 함께 운영 중인 곳이다. 이런 곳에서 마시는 커피 맛은 어떨지 너무 궁금할 지경이었다.  필자가 마신 핸드드립 교토 블렌드는 은은한 산미와 볶은 향이 어우러져 맛의 풍미가 살아있었고 주인장이 직접 구운 치즈케이크와의 조화도 완벽해 깊은 인상을 주었다.

    요시카와 커피점은 그저 단순한 커피숍이 아니라 시간과 기억이 머무는 공간이었다. 조용한 음악과 오래된 책들, 그리고 벽에 걸린 흑백 사진들이 이곳만의 독특한 감성을 만들어냈다. 몇시간 동안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는데도 그 시간이 절대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아니 오히려 더 머물고만 싶어졌다. 

     

    < 히사노 골목길 속 작은 책방 카페 _  카페 유키노 >

    요시카와 커피점의 여운에서 벗어나 북쪽으로 약 5분 정도 걸어가면 히사노 골목’이라는 아주 좁은 골목이 나온다. 이 골목은 현지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명소로 불린다. 그 골목 끝자락에 우리가 찾는 작은 책방 카페 유키노가 있다.  이곳은 책방과 카페가 결합된 공간이다. 전직 서점 직원이면서 작가이기도 한 주인 유키노가 운영하는 이곳은 하루에 딱 4시간만 문을 여는데 그가 직접 큐레이션(curation)한 일본 고서와 독립출판물이 비치되어 있다.

    필자가 방문한 날은 겨울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고 카페 내부는 은은한 주황빛 조명을 받아 공기마저 따뜻한 기운이 감돌았다. 유키노 사장은 조용하면서도 차분한 분이셨고  시그니처인 ‘벚꽃 라떼’를 주문하자 책을 한 권 추천한다며 함께 건네주었다. 낯선 일본의 도시를 벗어난 한적한 뒷골목 공간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경험은 여느 관광지에서는 절대로 얻을 수 없는 교토의 진짜 감성을 진하게 느끼게 해줬다. 이곳은 단순히 음료를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생각할수 있는 공간이었다. 작은 테이블 옆에 있는 창문 밖으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마저 마치 하나의 배경음악처럼 느껴졌다.

     

    < 작은 창가 자리에서 마주한 느린 하루 _ 하코바 커피 >

    카페 유키노를 나와서 필자는 일부러 스마트폰을 끄고 주위를 둘러보며 골목을 따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없는 이 조용한 길은 무섭다기보다 오히려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건물 벽돌 사이로 자라난 이끼와 낮게 울리는 자전거 벨 소리, 어느 가정집 앞 화분에 핀 작은 국화 꽃 한 송이까지. 아기자기하면서도 사소한 풍경들이 모여 교토 뒷골목의 일상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렇게 걷다가 우연히 또 하나의 작은 카페 하코바 커피를 마주치게 되었다. 앞선 두 카페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지니고 있는 이곳은 2인용 테이블이 단 두 개뿐인 초소형 카페였다. 골목을 향해 열려있는 창문과 그 창문 사이로 낮은 햇살이 천천히 바닥을 타고 흘러내렸다. 카페의 주인은 30대 초반의 여성인데 도쿄에서 교토로 이사한 후 이곳을 직접 개조해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필자는 창가 자리에 앉아 주인이 직접 내린 콜드브루와 수제 휘낭시에를 마주하며 그날 하루를 되짚어 보았다. 여행을 하면서 늘 움직임의 단어에 이끌려 다녔지만 이 순간만큼은 모든 것이 정지되어 있는 듯했고 그것이 너무나도 편안하게 다가왔다. 주인은 여기에서는 손님 한 명 한 명이 그저 풍경이라는 말을 했다. 작은 공간에 손님이 머무르게 되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풍경이 되는 느낌이었다.

     

    교토 여행의 새로운 기준 _ 골목 카페를 중심으로 한 느린 여행

    요즘 많은 사람들이 빠르게 휙휙 보고 휴대폰으로 많이 찍기만 하는 보여지는 여행에 지쳐가고 있다. 필자 역시 어느정도는 그런 여행에 익숙해져 있었지만 이번 교토 여행을 통해 확실히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진짜 기억에 남는 여행은 조용하고 느린 곳에서 마음이 여유로운 순간들로 채워지는 여행이라는 점이다.

    가모 강의 북쪽 골목에서 만난 카페들은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니었다. 그곳은 교토 사람들의 오래 전 일상과 감성이 살아 있는 장소였고 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진정한 여유의 틈이기도 했다. 대도시의 관광객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는 대신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골목에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여행은 완전히 달라진다. 빨리빨리 돌아다니며 많은 것을 보려는 대신 한 공간 한공간에 천천히 머무르며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진짜 교토를 느끼는 방식일 것이다. 관광객이 가득가득 차 있는 곳과는 전혀 다른 온도와 시간의 흐름이 이 골목 안의 카페들 속에 존재하고 있었다. 교토를 다시 찾게 된다면 필자는 분명 유명한 관광지에 발을 딛기보다 이 조용한 카페들로 달려갈 것이다. 교토에서 보내는 진짜 쉼을 원한다면 이 골목을 기필코 걸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직접 커피 한 잔의 온도와 조용한 공기의 향을 깊숙히 느껴보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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