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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현지인의 숨겨진 여행지 3편> 후쿠오카 현지인이 애정 하는 야쿠인 골목 선술 집
    일본 현지인 여행지 2025. 6. 29. 09:43

    후쿠오카 현지인들이 애정하는 야쿠인 골목의 숨은 선술집 

    일본 현지인의 숨겨진 여행지 3편으로 오늘은 후쿠오카 현지 직장인들이 사랑해마지않는 야쿠인 골목의 숨은 선술집 3곳을 탐방해보고자 합니다.

     

    일본 현지인의 숨겨진 여행지 후쿠오카 직장인들이 애정하는 야쿠인 골목 선술집

     

    현지인만 아는 야쿠인이라는 동네의 매력

     

    후쿠오카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번화가인 하카타, 나카스, 덴진 같은 곳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후쿠오카 현지인들 특히 30~40대 직장인들이 퇴근 후 조용히 술 한잔 하기 위해 찾는 곳은 따로 있다. 바로 야쿠인(薬院)이라는 작은 동네이다.

    야쿠인은 번화한 거리 덴진에서 도보로 약 10분 거리에 위치한 주거지역으로 여행객의 발길은 비교적 적은 편이지만 현지 분위기와 라이프스타일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곳이다.

    필자도 후쿠오카에 사는 일본인 친구의 추천으로 처음 야쿠인을 찾게 되었다. 야쿠인에 진짜 술꾼들만 아는 골목이 있는데 정적인 분위기에 음식도 기가 막히다는 평을 내어준 그친구의 말에 홀렸을까. 필자는 퇴근 시간인 저녁 6시에 맞춰 야쿠인의 한적한 골목길을 찾아 나섰다. 친구의 말처럼 거리에는 막 퇴근한 회사원들이 셔츠 소매를 걷어붙인 채 삼삼오오 모이는 작은 가게들이 있었는데  화려한 간판 대신 따뜻한 조명 하나만으로 분위기를 전달하는 선술집들이었다. 이처럼  오늘 소개할 곳들은 현지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아는 사람만 가는 곳으로 통하는 진짜 숨은 맛집들이다.

     

    < 스미비야키 도리요시(炭火焼 とりよし)  _  혼술과 어우러진 숯불 향 가득한 닭구이 >

     

    야쿠인 동네를 들어서면 골목 초입에 스미비야키 도리요시가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외관만 보면 흡사 일반 주택처럼 보이지만 나무 미닫이 출입문을 열면 곧바로 선술집의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일본의 거의 대부분이 그렇듯이 이곳도 작은 카운터의 좌석과 테이블 몇 개가 전부인데 주인보다 손님을 먼저 반기는 것은 오픈 키친의 공간에서 숯불이 타오르는 소리와 바로 숯불 향이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단연코 숯불 닭꼬치(야키토리)다. 필자도 메뉴 추천을 받아 닭 다리살, 간, 껍질, 염통을 순서대로 주문했다. 닭고기는 주문 즉시 굽기 시작하는데 연기와 함께 숯불에 탄 향이 감돌 때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꼬치가 나온다. 닭 껍질은 기름기가 없어 담백하면서 매우 바삭했고 간은 신선하면서도 특유의 부드러운 질감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 깊은 건 혼술을 편하게 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주인은 60대 중반 남성으로 필요 이상의 말은 하지 않는 조용한 사람이었다. 혼술하는 손님과 편안한 공기를 유지할 줄 아는 사람인 것이다.
    얼마나 시달렸을까. 피곤하고 고된 하루를 마친 현지 직장인들이 홀로 찾아와 누구에게도 신경쓰지 않고 꼬치를 곁들여 맥주를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곳이 단순한 술집이 아니라 고된 하루를 떠나보내는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 사카나바 히비키(肴場ひびき)  _ 사케와 제철 생선의 조화 >

     

    야쿠인 동네 초입을 벗어나 뒷골목 깊숙한 곳에 사카나바 히비키가 있다. 간판도 볼품없이 작고 외관도 수수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면 180도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가게 안은 나무 소재로 꾸며져 따뜻한 느낌이있고 바의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바에 앉아 셰프가 직접 회를 써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이곳의 매력은 한마디로 제철 생선의 깊은 맛이다. 필자가 방문한 시기가 겨울의 끝무렵이었는데 이날의 추천 메뉴는 후쿠오카산 방어사시미와 고등어 초절임 구이였다. 자칫 느끼할수 있는 방어였지만 기름기가 적당했고 입안에서 회 특유의 탄력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음식명에서 의아함을 자아냈던 이색적인 고등어 초절임구이는 고등어를 절인 후 숯불에 살짝 구워낸 방식으로 입안에 감도는 감칠맛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곳은 각 지역의 사케도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었다. 사케 리스트에는 후쿠오카, 구마모토, 나가사키 등 큐슈 지역 양조장의 이름이 적혀 있었는데 먹는 음식과의 페어링(pairing)을 직접 추천받을 수 있었다. 셰프는 정성스럽게 사케를 따라주며 회보다 생선구이에 잘 어울린다는 코멘트를 달아주었다.

    사카나바 히비키는 단순한 술집이 아니라 술과 맛과 대화가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근처 현지 회사원들이 삼삼오오 팀 단위로 와서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며 하루를 정리한 후 돌아가는 모습이 인상 깊게 남았다.

     

    < 야에자쿠라(八重桜)  _ 쇼와 시대 분위기 그대로 감성의 빈티지 바 >

     

    마지막으로 방문한 현지인 선술집은 야에자쿠라라는 이름의 작은 바였다. 이곳은 단순한 술집이 아닌 쇼와 시대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한 빈티지 술집에 가까웠다. 입구에 붉은 종이등이 달려 있고 내부는 70년대 영화에서나 볼수 있었던 낡은 가죽 소파와 나무 테이블로 구성되어 있다. 음악은 잔잔하게 흐르는 가운데 조명은 어두우며 20대부터 6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한 손님들이 조용히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곳의 시그니처는 야에 자쿠라 사워라는 오리지널 칵테일이다. 벚꽃 리큐르에 레몬즙과 진을 섞어 만든 칵테일인데 향은 달콤하지만 뒷맛은 묵직하게 남는다. 친구의 말처럼 술맛보다 분위기를 마시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는 말이 실감났다. 주인은 중년 여성으로 혼자 운영하면서 손님 한 명 한 명의 취향을 모두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단골들의 매니아 술집이었다.
    그녀는 이방인인 필자와 대화를 나누면서 이런 말을 했다. "이곳은 잊혀진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는 장소예요.”라고. 딱 그 말처럼 이 공간은 화려하진 않지만 따뜻하고 깊이 있는 정서가 흐르는 감성의 옛 공이었다.

     

    야쿠인에서의 한 잔이 추억의 한장으로 변하는 곳 

    야쿠인 동네는 후쿠오카 관광 지도에는 그다지 표시되는 곳은 아니지만 현지 직장인들의 하루가 고스란히 스며 있는 진짜 후쿠오카의 모습을 볼수 있는 곳이다. 유명한 관광 코스도 음식점도 없지만 조용한 골목길과 소박한 선술집 그리고 그 공간을 지켜나가는 사람들 덕분에 이곳은 매우 특별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선술집을 다녀오며 느낀 공통점은 모두 서두르지 않는 공간이었다는 점이다.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이 나오고 천천히 술이 오고가며 중간중간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여행객으로서는 느끼기 어려운 지역민의 리듬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후쿠오카를 진심으로 알고 싶다면 필자처럼 저녁 시간 야쿠인 동네를 걸어보길 추천한다. 휴대폰을 없이도 SNS에 올릴 사진 없어도 그 골목에서 마시는 한 잔의 술이 당신에게 깊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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