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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현지인의 숨겨진 여행지 1편> 오사카 사람들이 주말에 찾는 진짜 휴식처 이야기일본 현지인 여행지 2025. 6. 27. 21:43
오사카 사람들이 주말에 찾는 진짜 휴식처 모노노베 신사와 히라이즈미 온천 마을 이야기
일본 현지인의 숨겨진 여행지 1편으로 오늘은 오사카 사람들이 주말에 찾는 진짜 휴식처인 모노노베 신사와 히라이즈미 온천마을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관광객은 잘 모르는 오사카 교외의 진짜 쉼터
오사카는 일본에서 가장 활기찬 도시 중 하나로 도톤보리나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처럼 유명한 관광 명소가 즐비하다. 그렇지만 오사카 현지인들 특히 도심에서 일상을 보내는 직장인들이 주말에 피곤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 찾는 장소는 유명 관광명소보다는 조용하면서 자연에 가까운 곳이다.
필자가 발품을 팔아 찾은 그런 장소가 바로 오사카 북부에 위치한 이코마산 자락의 모노노베 신사와 그 인근에 자리잡은 조용한 온천 마을 히라이즈미다. 이 곳은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이 적고 대부분 지역 주민이나 가족 단위의 일본인들이 찾는 진짜 쉼터인 것이다. 이 곳을 처음 알게 된 건 오사카에 살고있는 일본 친구의 강력한 추천 덕분이었다. 그는 사람이 너무 많은 곳 말고 진짜 오사카 사람들이 쉬기 위해 가는 곳을 찾는다면 여길 가봐야 한다고 말해주며 이코마산의 고즈넉한 풍경속에서 몸과 마음이 모두 쉴수 있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모노노베 신사 _ 1,200년의 시간이 흐른 조용한 휴식처>
모노노베 신사는 오사카의 북쪽 경계인 나라현과 인접한 언덕 마을에 자리잡은 조용한 곳이다. 이 신사는 일본 고대 무사 가문 중 하나인 모노노베 씨와 관련된 유서 깊은 장소로 약 1,2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다수의 신사가 상업화되었지만 현재 이곳은 상업 간판이나 굿즈 판매점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울창한 삼나무 숲 사이로 조용히 자리한 본당이 나타난다. 필자가 방문했을 당시에도 사람은 거의 없었고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는 소리만이 귓가를 스칠 뿐이었다. 모노노베 신사는 번잡한 도시생활 속에서 벗어나 고요함 그 자체를 온전히 체험할 수 있는 휴식처로 딱 알맞는 공간이었다. 특히 본당 뒤쪽에 있는 작은 연못 옆 벤치에 앉아 30분 정도 멍하니 있으니 머릿속에 쌓여 있던 복잡한 생각들이 조용히 사라지며 온 몸이 편안해지는 기분을 느낄수 있었다. 관광지가 아닌, 오롯이 쉼을 목적으로 할 수 있는 공간이란 이런 곳이 아닐까.
<도보로 이어진 히라이즈미 온천 마을 _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
모노노베 신사에서 도보로 20분 정도 걸어 내려오면 작은 온천 마을 히라이즈미가 나온다. 이곳은 일본 현지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온천촌으로 대부분 가정식 료칸과 소규모 공중탕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필자가 방문한 료칸은 3대째 가족이 운영하는 전통과 유서가 깊은 숙소였고 체크인부터 식사까지 모두 주인이 직접 안내해 주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 지역의 온천수는 미네랄 함량이 높고 약간 미끈거리는 성질이 있어 피부가 매끄러워지는 느낌을 주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밤 9시 이후 마을 전체가 거의 정적에 휩싸인다는 점이었다. 도쿄나 오사카의 도심 온천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완전한 조용함이 바로 이곳에 있었다. 료칸 창밖으로는 마을 어귀의 작은 폭포 소리만 들릴 뿐 어디에서도 사람 소리나 차량 소리를 들을수 없었다. 그 밤의 고요함은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깊은 이완감을 선사했고 휴식처로서의 제 기능을 다했다.
히라이즈미 온천 마을의 고요한 밤이 지나고 아침 일찍 일어나 근처를 산책하면 이코마산 중턱에 보이는 소박한 등산로 입구를 발견할 수 있다. 지역 노인들의 건강을 위해 만든 약 1시간 코스의 생활 등산로로 나무 계단과 흙길이 번갈아 이어지는 지루하지 않은 등산 코스다. 등산로를 따라 오르다 보면 간혹 작은 신사나 무인 텐동(天童, 돌불상)이 나타나는데 그 앞에 놓여 있는 자그마한 꽃들과 막 피워놓은 듯한 향은 이 곳 사람들이 자연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여지없이 보여준다. 그것은 도시에서는 결코 볼수 없는 정결함이었다.
산을 내려와 마을 초입에 있는 히라이즈미 지역 시장에 가보았다. 매주 토요일 아침에만 열리는 작은 로컬 시장으로 신선한 유자, 된장, 수제 누룩 된장과 같은 지역 특산품이 깔끔하고 정성스럽게 진열되어 있었다. 시장 상인들은 대부분 60~70대의 어르신들이었고 필자가 외국인이라고 말하자 더 천천히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자신이 직접 만든 된장을 손녀가 아토피 있을 때 먹였다고 말하는 노인의 음식에 대한 진심이 어떤 미슐랭 음식보다도 마음에 와 닿았다. 그 시장은 삶의 경험이 녹아있는 공간이었다. 관광객은 시장을 특산품 사는 곳으로 여기지만 이 지역의 시장은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바로 주민들의 삶에 대한 태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이 되어준 셈이다.
진짜 쉼을 원한다면 관광지보다 이런 장소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
요즘 SNS와 유튜브에서 소개되는 유명 관광지만 쫒아가다 보면 휴식이 아니라 오히려 여행이 더 피곤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일본 여행에서는 그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그러나 모노노베 신사와 히라이즈미 온천 마을처럼 현지인만 알고 있는 조용한 장소를 찾아 나설 때, 비로소 일본 휴식처의 진짜 매력을 경험할 수 있다.
고요한 산속 신사와 무명의 온천 마을, 그리고 그 마을 속에서 터전을 일구며 살고 있는 소박한 사람들. 이코마산과 히라이즈미에서의 여행은 누군가의 삶 속에 풍덩 빠져들었다가 나오는 경험이었다. 이곳에는 꼭 가봐야 할 명소나 꼭 찍어야 할 인증샷 같은 건 없었다. 대신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순간이 있었다. 필자는 이 여행을 통해 관광객으로서가 아닌 삶을 경험하는 여행자로서의 시선을 가질 수 있었다.
오사카를 찾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이 진짜로 원하는 건 유명한 장소를 투어하며 인증샷을 찍고 남에게 보여주는 여행인가, 아니면 스스로를 비워내는 여행인가를. 오사카를 쇼핑이 아닌 치유의 목적지로 삼고 싶다면 이런 장소들이야말로 최적의 선택이 될 것이다. 조용히 걷고 조용히 온천에 몸을 담그고 조용히 마음을 내려놓는 것 그것이야말로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가장 간절히 원하는 여행과 쉼의 형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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