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현지인 여행지

<일본 현지인의 숨겨진 여행지 26편> 애견과 함께하는 도쿄 교외 반려견 동반 온천 여행

tnsekfdl 2025. 7. 15. 08:52

애견과 함께하는 도쿄 교외 반려견 동반 온천 여행

일본 현지인의 숨겨진 여행지 26편으로는 애견인을 위한 여행을 준비해보았습니다. 사람과 반려견이 함께 쉬어가는 마을에서 온천과 산책을 즐겼던 여행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일본 현지인의 숨겨진 여행지로 애견인을 동반할 수 있어서 일본인이 자주 찾는 도쿄 교외 온천마을

 

여행을 떠나고 싶은 건 사람만이 아니다

도쿄에 살면서 종종 하는 고민 중 하나는 내 강아지랑 같이 프라이빗하게 즐길 수 있는 여행지가 어디 없을까 하는 것이다. 도쿄의 근교에는 볼거리나 온천 마을이 꽤 많지만 막상 반려견을 데려갈만한 숙소나 식당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여행을 떠나고 싶은건 사람만이 아니지 않은가. 반려견도 떠나고 싶다.
그렇게 찾고 있던 중 도쿄에서 전철로 1시간 반 떨어진 곳에 반려견 동반 가능한 온천 료칸 마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이타마현과 접해 있는 조용한 산속에 위치한 마을의 이름은 오쿠타마(奥多摩)로 도심과 달리 사람보다 나무가 많은 마을이다.
이곳은 애견을 동반할 수 있는 온천 료칸과 산책로가 있고 카페까지 갖춰져있어 모든 것이 하나의 커뮤니티로 연결된 반려견과 함께하기 최적의 장소였다. 필자는 주말 아침 일찍 반려견인 써니와 함께 최적의 장소로 떠나는 여행을 시작했다.

 

조용한 여정의 시작 오쿠타마

오쿠타마는 도쿄역에서 중앙선을 타고 오메에서 환승한 후 1시간 45분을 달리면 도착할 수 있는 JR 오메선(青梅線)의 종점에 있었다. 전철이 시나가와를 지나 타치카와를 넘어서면 도심의 풍경이 점차 사라지면서 창밖으로 산과 강, 농가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필자의 반려견 써니는 조용히 창가에 앉아 사물이 휙휙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오늘 여행이 단순한 외출이 아니라 함께 떠나는 여정임을 짐작하는 듯했다.

기차가 열심히 내달려 도착한 오쿠타마역은 단층으로 지어진 목조건물이었다. 플랫폼에 내려서자 역시 확연히 달라진 공기를 느낄 수 있었다. 시골의 흙냄새와 풀내음, 먼 곳에서부터 불어오는 듯한 바람이 살갑게 우리를 반겨주었다.

 

반려견과 함께하는 료칸 _이누야도 미즈하

오쿠타마에서 우리가 묶을 숙소는 이누야도 미즈하(犬宿みずは)라는 이름의 작은 료칸이었다. 반려견을 동반할 수 있는 료칸으로 출입구부터 남달랐는데 강아지를 위해 발 씻는 공간인 세족장이 아예 따로 마련되어 있었고 객실 바닥은 전부 미끄럼 방지 마감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감동적인 점은 필자의 반려견 써니를 투숙객으로 대접해주는 분위기였다.

프런트의 직원은 써니와 눈맞춤을 하기 위해 무릎을 굽혀 인사 했고 객실 안에는 강아지 전용 밥그릇, 담요와 간식 바구니가 준비되어 있어 그 세심함에 놀랄 정도였다.

객실 창문 너머로 계곡물이 흐르면서 물 소리와 풀벌레 소리만이 들렸다. 그 고요함 속에서 써니를 바라보자 말이 통하지 않아도 알수 있는 묘한 감정이 느껴졌다.

 

사람과 개가 하나가 되는 온천 _하나노유 노천탕

이누야도 미즈하에는 반려견과 동반이 가능한 가족탕이 있다.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는 하나노유라는 이름의 노천탕은 시간당 오로지 1팀만 사용할 수 있다. 사람이 사용하는 욕조와 반려견의 전용 미니 욕조가 나란히 놓여 있는데 온천수는 모두 피부에 자극이 적은 약알카리성 단순천이다.

가족탕이 처음인지라 다소 긴장했던 써니는 조심스럽게 첫발을 물에 발을 담그고나자 천천히 몸을 맡기기 시작했다. 온천수의 따뜻함이 써니의 온몸에 스며드는듯 했다. 필자는 그 옆 온천수에 몸을 담그며 도쿄에서 보내던 바쁜 날들과 그 안에서도 여유로웠던 써니와의 한때를 하나씩 떠올렸다.

노천탕 위로 밤하늘이 보였고 유달리 그날의 별은 또렷했다. 따뜻한 물과 하늘의 별과 써니와 나는 하나가 되어 말없이 바라보며 교감을 나누었다. 반려견과 진정으로 함께한 온천에서 우리는 진짜 치유를 경험했다.

 

선물같은 오쿠타마의 아침 산책 길

이누야도 미즈하에서 나오면 도보로 5분 거리에 강변을 따라 다마가와 산책길(多摩川さんぽ道)이 있다. 이곳은 지역 주민들이
애견과 함께하기 위해 만든 반려견 친화 산책 코스로 목줄을 짧게 유지하는 규칙만 지킨다면 매우 자유롭게 산책할 수 있다.

산책길을 따라 걸으면 강물 소리가 마치 배경 음악처럼 흘러 귓가를 간지럽히고 마을 고양이들이 나뭇가지 위에서 졸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써니는 코끝을 바닥에 바짝 붙이고 킁킁대며 걷다가 어느 순간 필자와 천천히 속도를 맞춰 걷기 시작했다. 그 순간 알 수 있었다. 이곳이 써니에게도 익숙하고 편안한 장소라는 것을.

산책길 강 건너로 작은 다리가 나오고 그 다리를 건너자 애견 동반이 가능한 카페 코하루 커피가 나왔다. 필자는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따뜻한 드립 커피 한 잔을 마셨다. 써니는 모처럼 치킨 큐브 간식을 받고 꼬리를 살랑거렸다. 이 아침의 선물같은 풍경을 필자는 아마도 절대 잊지 못할 것 같았다.

 

사람과 애견이 진정한 휴식을 취하는 공간의 의미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이곳이 그저 반려견의 입장을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환대한다는 분위기를 느꼈다는 점이었다. 이누야도 미즈하 료칸의 운영 철학은 아래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반려견도 가족입니다. 가족이 함께 쉬는 공간이 여기 있습니다.'

 

단순한 문구지만 이곳이 어떤 공간인지를 명확히 설명해주고 있었다. 도쿄에도 애견과 동반 가능한 곳은 꽤 있지만 그 말 뒤에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제한과 눈치가 뒤따랐다. 하지만 오쿠타마에서는 동반한다는 말이 너무도 자연스러웠는데 개를 하나의 인격체로 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나와 써니에게 다른 모든 애견을 동반한 사람들에게 진정한 휴식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써니의 눈빛에 담긴 편안함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써니는 필자의 무릎 위에 얼굴을 대고 가만히 눈을 감고 있었다. 필자는 창밖을 바라보다 문득 이 여정이 써니에게도 의미가 있었을까 생각했다. 나처럼 편안하고 즐거웠는지를 묻고 싶었다. 그런데 그때 써니가 갑자기 고개를 들고 필자를 바라보며 눈을 천천히 깜빡였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그 눈빛이 곧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